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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,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

Tlsp 2019. 7. 12. 16:59
 
 
 
지금, 우리들의
                 사랑이라는 것이  
 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김시천 
 
그저,
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
  
평범한 이들의
식탁 위에 놓이는

 
 
 
 

작은 목마름 적셔주는
그런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
  
그리하여 온전하게
그대 온 몸을 돌고 돌아
땀이 되고 눈물이 되고
사랑이 되어
 
봄날 복스런 흙가슴 열고

 
 
 
 

오는 들녘의 꽃들처럼
순한 향기로 건너와
조용조용 말 건네는
그대 숨소리면 좋겠네
   
때로는 빗물이 되어
그대 뜰로
가랑가랑 내리면서
꽃 몇 송이

 
 
 
 

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네
   
사랑이라는 것이
아 아,우리들의
사랑이라는 것이
타서 재가 되는
절망이 아니라면 좋겠네
   
내 가슴 불이 붙어

 
 
 
 

잠시 황홀한
아름다움이 아니라
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
순하고 욕심 없는
작은 기쁨이면 좋겠네
  
물 한 모금
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
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

 
 
 
 

 
그리하여 그치지 않고
결코 거역하거나
배반할 줄 모르는
샘물이 되어서 
 
그 눈빛 하나로
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
   

 
 
 
 

아아,지금 우리들의
사랑이라는 것이
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
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
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